요즘 참 고민이 많습니다.

아니 요즘이라기엔 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계속 반복되는 생각입니다.

지금은 이혼하셔서 따로 살고 있지만 저희 아버지는 제가 어릴 때부터 일정한 수입이 없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임신하셨을 때 며칠을 굶다가 할머니께서 보내주신 쌀로 식사를 하신 적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수도권에서 경남, 전라도, 그리고 다시 수도권으로 이사를 수차례 반복하며 살았고

그렇게 초등학교를 입학하고 성인이 될 때까지 반복되는 평범하게 발생하는 가정불화..

강압적으로 하지는 않지만 이야기를 해보려고 하면 대화를 거부하며 니들이 무엇을 알겠냐는 식의 말만 오갔으며 남 탓만 하는 모습을 보며 저의 10대가 끝이 났습니다.

그렇게 20대가 된 저는 본의 아니게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들어가게 된 첫 직장에서

아버지가 어떤 회사에서 어떤 일을 얼마나 했는지 보험 득실 확인서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그런걸 보면서 '아 어머니가 정말 힘들게 우릴 키우셨고 가족을 지켜내셨구나..' 라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미싱, 포장마차, 장사, 알바 등의 일들을 계속해서 하셨었거든요.

그래도 중간중간에 잘 설득하며 화물차를 구입해 운송업을 해보거나 아는 사람 소개로 납품업체에 들어가서 일도 하실수있게 환경을 만들어봤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에 저와 동생이 독립하기 시작하면서 남들 집만큼 정상 궤도까진 아니어도 생활이 많이 괜찮아졌겠거니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아니였더군요.

저희 아버지는 카드를 만들어 사용했고 주점에서 노래방, 술, 도우미를 부르는데 사용했습니다.

임금이나 수당은 현금으로 받아와서 일부만을 수입이라며 집에 가져다줬고 나머지는 또 저런 주점에 사용했었습니다.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날, 그 날도 잔뜩 취해서 길가에서 발견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아마 그날도 그랬을거고 제가 태어나기 전부터 계속 그래왔었을 겁니다.

여하튼 저런 일들이 쌓여가 결국 이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냥은 나가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며 돈을 쥐어주며 합의이혼으로 이끌었기에 된 거지 아니었으면 지금도 같이 살고 계셨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이혼 당일에도 나중에 나가신다는걸 제 손으로 나가서 잠시라도 살 집을 알아보고 강제로 분리시켰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래도 '어머니는 탈출 시켰으니 괜찮겠구나' 라고 생각하며 몇 년을 신경 쓰지 않고 살았습니다만 

최근 다시 일이 터졌습니다.

수입은 일정하지 않은데 혼자 생활하니 숨 쉬는 모든게 돈 나가는 일 들인데

그 와중에 술집은 가야 하니 결국 돈이 바닥이 났고

1,2금융권에서는 대출이 나오질 않으니 사금융을 사용하면서 사기를 당하셨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신용정보회사에서 법적절차 착수의뢰 예정통지서가 날라왔습니다.

그래서 동생이 아버지를 만나 이야기를 해봤는데

빚이 얼마나 있는지, 남은 돈이 얼마나 있는지

전혀 이야기를 해주질 않네요.

그저 돈이 얼마가 필요하며 그 돈을 주지 않으면 대화를 더 할 필요는 없다는 식으로 말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동생은 그동안 제가 해야 할 역할을 자신이 도맡아서 했는데 그렇게 노력을 해도 변함이 없고

오히려 계속 안 좋은 방향으로 흘러가는 모습만 보이고 있네요.

그래서 이번엔 내가 처리를 해보겠다고 그러니 너는 더 이상 신경 쓰지 말고

앞으로 태어날 아이와 너의 가정을 지킬 생각만 하라고 했습니다.

동생에게 말은 이렇게 했으나 어떻게 해야 할지 참 암담하네요.

그냥 빚을 갚아주는 건 쉬우나 다음엔 더 큰일이 벌어질 거라는 막연한 확신만 들고

이대로 있다가 돌아가시면 다른 친척들에게까지 피해가 넘어갈 것이 뻔히 보이니..

사실 저는 30대까지 우리 가족이면 평범한 가족이겠거니 하며 살았습니다.

그런데 성인이 되어 만나게 된 친구들의 부모님 이야기도 듣게 되고 

어쩌다가 생활하시는 모습들을 보니

저희 가족은 평범하지 못한 가족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던 가족상..

당연히 싸우기는 하지만 그래도 풀 수 있는 화목함

자식들은 두고 부모님끼리만 떠나는 여행

그리고 자식들이 계획하여 다 같이 합심해서 행동하는 단합력

그 모든게 너무 신기하고 부러웠습니다.

저는 어릴때 부터 생각한 가난과 불행의 고리를 끊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며 살았습니다.

보고 배운게 도둑질이라고..

내 자식과 아내에게 화목함을 주지 못할거라면 결혼은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

그렇게 10대에 생각하게 된 비혼.

그래도 성인이 되어 차근차근 돈을 모으게 됐고

장남이 대학을 못간게 가난함 때문이라는 어머니의 말씀에

회사를 그만두고 뒤늦게 들어간 대학.

전문대지만 나름 열심히 해서 수석으로 졸업도 해보고

졸업 후 200만원을 들고 내려간 지방에서 바로 취업을 했고

지금은 제 명의의 아파트도 한 채 만들면서 이젠 다 같이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을 했었으나

이 모든게 물거품이 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살면서 눈물을 거의 흘려본적이 없었는데 요즘엔 멍하게 지내는 시간도 많이 늘고

아무렇지도 않았을 문구나 말을 들으면 노래를 듣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멈춰서 눈물이 나게 되네요.

해결이 쉽지 않은 일들이 자꾸 쌓여만 가니 답답해진 마음에 게시판에 이렇게 뱉어내고 싶어서 써봤습니다.

여기까지 이렇게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