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눈팅만 하다가, 혹시 도움이 되실까? 해서 제 결혼과정을 조심스레 공유해봅니다.

우선 돈을 쓸만큼 쓴 멋있는 결혼식을 계획하시는 분들은 스킵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제가 얘기해드리는 결혼식은 아마도, 검소하면서도 모양이 많이 빠지지 않은 결혼식이 될겁니다.

요즘 다들 어려운데, 없는 형편에서 어떻게 결혼을 진행해야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도움이 되실겁니다.

저는 우선 결혼식을 서둘러 진행해야했습니다. 사고를 친건 아니구요, 장모님 병세가 안좋아지셔서..

그래도 결혼식에 오실 수 있을 때 식을 올리자는 취지로 시작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당일에 컨디션이 안좋으셔서 못오셨지만요,

그렇게 8월 첫주에 월요일에 상견례를 돌아오는 토요일로 잡았습니다.

그리고 저와 여친은 일주일 동안 예식장과 집을 구했습니다.  제가 워낙 추진력이 있고 아내는 잘 따라주는 편이라..^^;;

집은 서울 변두리에 10년정도 된 투룸 아파트를 구했습니다. 역까지는 버스를 타야해서 교통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아파트 정문 앞에 큰 호수공원이 있어서 아주 분위기가 좋은 동네입니다.

예식장은 몇군데 견적을 받아보고, 가장 가격이 적절한 곳으로 방문했는데, 위치도 가격도 괜찮아서 다른 곳 안가보고 계약했습니다.

아시겠지만, 예식장은 거의 대관료는 없고, 밥값으로 퉁(?)을 칩니다.

저희같은 경우에는 11월 1주에 날짜를 잡았는데, 불과 3달밖에 안남다보니 좋은데 안좋은데 할거없이 점심시간은 꽉차있었습니다.

어차피 젊은 사람들이야 저녁에 해도 상관 없기에 6시타임 가장 마지막 시간으로 잡았습니다.

그러다보니 할인이 많이 되더군요. 상암 월드컵 경기장 안에 있는 예식장에서 밥값 인당 3만원에 계약을 했습니다.

그리고 상견례 날 장인 장모님께 예식장 보여드리고, 날짜 두세개 잡아놨던 거 중에서 11월 1주토요일로 확정하고, 그렇게 끝냈습니다.

그 다음은 사진이었습니다. 우리는 원래 스튜디오 촬영을 하지 말자고 합의했었습니다.(아내의 은혜가 있기에 가능..)

똑같은 배경에 얼굴만 바뀌는 스튜디오 대신에, 우리 손으로 사진을 찍어보자 해서

저는 있던 그 전해에 형 결혼식때 받았던 예복 정장하고, 아내는 하얀 드레스 원피스 10만원 정도에 구입해서

아내 친구인 플로리스트가 선물해준 부케랑 화관, 아내가 만든 가렌더 등등을 준비했습니다.

저는 친구에게 캐논 오두막을 하나 빌렸고, 신부 친구들을 대동해 올림픽 공원으로 나갔으나

예정에 없던 비가 내려서 사진을 다 버렸습니다.;;;

한 1주일간 그냥 돈을 주고 찍을까 깊은 고민을 할 때 쯤에, 아내님이 포기하면 되냐고 한번더 도전하자는 말에 용기를 얻어

선유도에 나가서 불과 4시간 만에 꽤 괜찮은 사진들을 많이 건졌습니다.

사진을 보정을 맡길까 했는데.. 당시 회사에서 할일도 없고 해서, 맥북하나 가져다놓고 폭풍 보정해서 모든 과정을 셀프로 끝냈습니다.

(아내가 일을 안한건 아니고.. 장모님 병간호로 저보다 더 바빴습니다;;)

다음은 모두가 고민하는 스드메,

우선 저희는 스튜디오는 빠집니다. 남는게 드레스 메이크업 본식사진인데,

아내가 무결추라는 곳을 찾았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받는 사회적기업인 것 같은데, 한번 둘이가서 상담을 받았고, 엄청나게 싼 가격에 놀랐습니다.

아시겠지만 뭐 사진 원본, 도우미 이모, 피팅비등등을 잘보면서 계산을 해야할 겁니다.

저희는 스튜디오가 빠지니 거의 60만원 대에서 드메본식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연결된 업체들이 제가 맘에 안들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캔슬을 놨습니다.

나와서 바로 아내가 찾아두었던 플래너를 만났는데, 똑같은 조건에서 100만원 가량이 나왔습니다. 물론 연결된 곳들의 샘플이 좀 더 나아보였구요.

그래서 저의 적극추천으로 그곳에 계약을 했습니다.

그러나 아내가 돌아와서는 맘에들지 않는다고 다른 곳을 찾아보더니, 90만원 짜리를 찾습니다.

저는 10만원 차이인데 그냥 하자고 했지만 아내는 취소하게 카드 내놓으라고 해서 굳이 취소를 하고

다시 90만원에 계약을 해서, 도우미 이모 비용을 뺀 원본과 피팅을 포함한 가격을 90에 맞췄습니다.

무결추 주소는 남겨드립니다. http://www.mooryowedd.or.kr/

계약했던 90만원 짜리는 아마도 카페? 통해서 알았던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박람회 카페 뭐 순위매기시던데.. 알아보기 나름인 것 같습니다. 여자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다음은 예물입니다. 오고가는 예단은 스킵하구요,

아내 예물은 엄마가 알아서 준비하셔서 스킵하구요,

둘이서 가장 집중했던 것은 커플링입니다. 역시 싼 곳을 알아봤더니 종로입니다.

친구가 보석 감정사? 이런 일을 하는데, 가장 싼 곳이라고 제이스라는 곳을 추천해줬습니다. (위치는 설명하기 복잡해서..)

정말 쌌습니다. 반지보여주면서 이걸로하시면 35만원 이라고, 제가 좀 큰거를 짚었더니 그건 좀 비싸다고 50만원이라고 해서,

그럼 둘이면 100만원인가요? 했더니 무슨 말씀이냐고 두개가 50만원이라고,

그럼 저거는 두개가 35만원이냐니 그렇답니다;;

명품카피도 좀 있었습니다. 그런걸로 하실 분들은 한번 가보세요. 자체디자인은 조금 그렇습니다.

저희는 그래서 안했습니다. 그리고 엄마가 예물을 맞췄다는 집으로 가봤더니 훨씬 좋습니다. 이름은 기억이 잘안납니다. (혹시 궁금한 분들은 댓글주세요)

그래서 두개에 97만원정도 되는 커플링을 선택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아내의 킥이 등장을 했는데, 지갑에서 무슨 메달을 꺼내더니 봐달라는 겁니다.

초등학교때 콩쿨에서 받았던 메달이라고.. 저는 너무 웃겼는데, 아저씨 진지하게 보시더니 좋은 금이고 3돈이고 46만원인가? 쳐준다고 합니다.

그래서 차액만 돈으로 내고 받아왔습니다.

그 다음은 가구인데, 저희는 두군데를 다녀왔습니다. 파주와 일산가구단지

그중에서 일산 가구단지에서 가구를 구입했는데, 주방 거실은 빼고, 침실 가구만 250만 샀습니다.

구성은 침대, 10자장, 화장대 이 세가지입니다.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했는데, 결혼후 바로 사무실을 새로 차리게 되어서 가구를 알아보다가 어마어마한 곳을 알게되었습니다.

여기가 쉽게 말하면 가구 도매점인데, 가면 볼 수 있는게 아무것도 없고, 창고 앞 콘테이너에서 브로셔만 보여줍니다.

그런데 가격이 엄청납니다. 제가 250에 샀던 가구들 계산 때려봤더니 140정도면 끝날 것 같습니다.

작년에 제가 3부부를 여기보냈더니, 도착해서 황량한 외관에 놀라고, 엄청난 가격에 놀라고

여튼 우리보다 훨씬 싸게 잘 샀습니다. 우리는...ㅠㅠ

알콘달콩 가구 구경가실 분들은 절대 가지 마시고.. 검소하게 가구 주문하실 분들은 댓글주세요.

마지막으로 신행인데, 결혼식은 검소하지만 신행은 잘다녀오고 싶었습니다.

물론 결혼식 가까워서 장모님이 급격히 안좋아지셔서, 결혼 3일 전까지도 취소버튼을 만지작거렸습니다만,

결국 잘다녀오게 되었는데요,

저는 동남아는 많이 가봐서 별로고, 몰디브는 좀 지루하지 않을까 싶고, 하와이는 뻔하고 그랬습니다.

그러다가 모리셔스라는 곳을 가게된 이유는, 당시에 허니문 특가로 비행기표가 50만원에 나왔었습니다.

물론 미확정이었고, 유류, 텍스 붙어서 결국 103만원 정도, 둘이서 206만원정도였습니다. 근데 지금은 허니문 특가도 120넘어요 싸게 샀던 거였습니다.

그리고 패키지 안끼고, 호텔도 직접 다 예약을 했습니다.

액티비티는 현지에서 예약할 요량으로 아예 놔두고 갔는데,

우여곡절 끝에 제가 바라던 스토리대로, 택시기사와 친구가 되어서 모든 것을 현지가로 예약을 했습니다,

그래서 많이 아꼈고, 작년에 2커플 모리셔스 가겠다고 해서 소개해줘서 그들도 현지가로 잘 놀다왔습니다.

택시기사 친구가 친구들 편에 아가옷도 보내주고, 아직까지도 메일주고 받으며 친하게 지냅니다.

여튼 그렇게 결혼해서 3달만에 아기갖고, 지금은 딸 키우면서 알콩달콩삽니다.

현실적인 문제로 결혼 망설이시는 분들, 서로 조금만 내려놓으면 얼마든지 행복하게 할 수 있는 것이 결혼입니다.

그리고 저는 개인적으로 결혼식자체에 돈을 많이 들이는 것이 좀 아깝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돈이 많으면 아까운 것이 없죠)

그러나 한정된 자원을 어딘가에 써야한다면 무조건 신혼여행입니다.

결혼식은 잘해봤자 본전, 못하면 잠깐 욕먹는겁니다.

최대한 작게하시고, 실제로 평생 살아갈 두분에게 더 투자하고 사용하세요.

별거아닌 글이지만 도움이 되시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