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한 달이 지났습니다. E3 2009가 끝난지 말이죠. 원래 이 바닥에 게임필자로 발을 들였던 터라, 게임 분야는 언제나 '마음의 고향'이랄까요? 다른 분야 일을 할 때와 다르게 일과 취미가 궁극적으로 융합된, 아주 바람직스럽지 않은(...) 상황이 곧잘 벌어지고는 합니다. 맨날 내가 왜 그랬을까 후회하기는 해도, 그래도 언제나 똑같은 일이 반복됩니다. (뭐, 좋으니까 이러고 사는 것이긴 하지만요)

한 달 전에 봤던 끝내주는 게임들은 대부분 여전히 한국은 고사하고 물 건너에서도 나올 기미가 안 보이는 요즘입니다. 그래도 출시임박 달고 홍보되던 것들은 국내에 들어온 것도 있기는 한데, 그런 경우는 묶음식 모듬 상품이라 새로운 자극을 원하는 사람들에게는 딱히 땡기는 건 아니지요. 뭐랄까, 불루레이로 1편씩 다 사고, 나중에 패키지로 나온거 또 사는 거랄까?

▲ 지난 달에만 하더라도, 캘리포니아의 따사로운 햇빛을 받고 있었다는...

지난 E3 2009를 추억하고자 폼을 잡으면서, 한 가지 믿는 구석이라면 역시 '세상이 좋아졌다'일 것입니다. 무슨 소리냐면 예전에는 스크린샷 하나하나 뽑아서 그거에 주석달고 말 풀면서 주구장창 장황하게 나가야 되서리 몸도 마음도 피곤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동영상 스트리밍으로 보여드리고픈 거 떡 하니 보여주고 편히 감상을 글로 좀 풀면 되니 참 좋더군요.

아무리 세상이 좋아졌다고는 해도, 지킬 것은 지켜야겠죠. 그래서 존재하는 카테고리가 바로 '방담(Informal Talk)'인 것입니다~ 이 단어는 국어사전에도 있으니 한번 찍어 보시면 될 것 같군요. 뭐, 이런 류의 비슷한 언론사 코너로 기자수첩이나 전망대 등등이 있고, 블로그 통해서 자유롭게 끄적이는 게 일상이니 특별히 보기 불편하시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이라 쓰고 '기대')합니다.

그럼 이제부터, 'E3 2009'에서 감명깊게 봤거나 기대가 되었거나 옛 생각(...)이 났거나 하는 게임들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That's Rock~

APB(All Points Bulletin)는 좀 과거가 복잡한 게임입니다. 이거 원래 북미지역 퍼블리셔가 한국의 '웹젠'인가 그랬던 것으로 기억나는데, 이런저런 사연으로 EA로 넘어간 경우죠. 개인적으로 이 게임 시연은 무려 2년 전(!)에 봤던 것이긴 합니다. 개발 도중이라고는 해도, 그 당시에 'GTA 킬러'라고 떠받들여지던 것이라 꽤 흥미가 가긴 했죠.

게임 배경이라 할 만한 것은 그저 '막장'이라고 할까요.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 GTA랑 세인츠 로우 합친 듯한 그런 세계관입니다. 현실세계가 저거 비슷한 곳이 미국 LA 남쪽에 칸톤인지 뭔지에서 종종 구현된다고는 하는데, 제가 사는 동네가 저러면 뭔가 매우 안 좋을 것 같습니다. 일단은 '온라인 게임'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서는 서비스되기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까오~ '배틀필드 1943'. 코랄해 전투영상입니다. E3 행사장에서는 이거 시연대 앞에서 줄 서 있다가 게임 클리어하면 게임을 줬죠. 줄은 긴데 일은 많아서 참여는 못했는데, 사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원통한 일이었습니다. 쭉쭉빵빵 누님들과 기념사진 못 찍은 거야 아쉬울 것 없다지만(진짜?), 미국까지 가서 이거 못 하니 뭐랄까 참 찜찜한...

개인적으로는 '배틀필드 1942'의 MOD인 '데저트 컴뱃'을 아주 징하게 즐기던 편이었습니다. 이래뵈도, 한창 때는 온라인 들어가서 전차로 전투기와 헬기를 때려잡았죠. 지금 하라면 못하겠지만, 어느 정도 실력은 가지고 팀플레이 했던 편이라 해외방 들어가도 안 쫓겨났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한창 달렸던 추억으로 매우 흐믓하게 부스를 쳐다봤지요. '그림의 떡'이랄까요?

전 호러게임 매우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호러영화도 마찬가지지요. 워낙 어려서부터 심령현상과 본의 아니게 절친했던 터라, 꼭 생각하기 싫은 거 기억나게 만드는 거 아주 싫거든요. 어차피 나중에 죽을 꺼 굳이 미리 체험해서 기분 잡치고 싶지는 않아서 말이죠. 아무튼. 그런 사람이라 트레이너로 달리는 게 아니라면 끝까지 클리어할 생각은 '아예' 없긴 한데, 예전에 본 만화책이 있어서 좀 끄적여 봅니다.

Wii 버전으로 나온 데드스페이스는 Xbox360, PS3, PC 등으로 나왔던 버전의 이전 시점의 이야기라 할 수 있습니다. 영화에서는 '프리퀄'이라고 하는 그런 류죠. 원소스 멀티유즈 한다고 인터넷에 만화책을 공개한 적이 있었는데, 그 내용과 먼저 나온 게임과의 사이 정도로 시간대를 보면 될 것입니다. 일단 일 터진 곳은 화성(이던가?)이니까, 그 동네가 무슨 난리인지 짚어볼 수 있다는 의미 정도겠군요.

EA에서 E3 2009에 출품한 게임 중에서 가장 땡긴 것은 '배틀필드 1943'이었고, 그 다음은 바로 '섀배터'입니다. '파괴공작원' 정도겠죠?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번역하자면. 아무튼 이름 그대로입니다. 나치 치하 파리에서 나치 요인과 시설물을 파토내는 레지스탕스 요원의 이야기인데, 트레일러만 보고도 헉~ 했다지요. 속된 말로 '간지가 줄줄~'

웨스트우드 스튜디오가 문 닫은 이래로, 제작사에 정을 못 붙이고 엘프(...)나 엘리스(...) 등으로 전전하다 다시 서양 제작사로 둥지를 틀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다른 회사이긴 하지만, 그 이후로는 다시 서양 게임 제작사로 마음을 붙이고 있지요. 판데믹은 제가 아주 믿어 의심치 않는 제작사입니다. 사실 게임 간판보다 만든 곳 로고 보고 더 꽂인 경우이긴 합니다.

'다크사이더스 : 래스 오브 워'는 '데빌 메이 크라이'에 '갓 오브 워'를 섞었다고 보면 대충 맞을 것입니다. 워낙 컨셉이 뻔히 보이는 게임이라 초지일관 진중하게 나가는 것 빼면 되려 식상할 수 있는 게임 같습니다. 물론, 때려부수고 썰고 쪼개는 건 잘 만들었을테니, 그거에 집중해서 플레이한다면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사실 게임 플레이 영상을 보면 '다크사이더스 : 래스 오브 워'가 매끄럽게 잘 가다듬어진 느낌이 나긴 했으나, 세가에서 '바요네타' 누님을 전진배치하면서 살짝쿵 밀린 경우가 아닌가 싶습니다. 형님도 아니라 아저씨가 나온다는 점은, 아무래도 비교되더군요. 소니에서 '갓 오브 워 3'를 발표하면서 '사이클롭스 눈깔뽑기 쇼'를 하면서 잔인한 것으로도 비석 세워서 사실 이 부분(잔인...)도 좀 그렇지요.

THQ 전시장 전면에서 당당히 한 축을 차지했던 '홈프론트'는 한국사람으로써 매우 웃기면서도 섬뜩했던 게임입니다. 각본을 저도 DVD 소장하고 있는 '어포칼립스 나우(한국명 : 지옥의 묵시록)'의 작가가 썼다고 광고해대고 그러는데... 영어가 짧아서 사실 그건 그다지 관심 없고, 중요한 건 '미국에 북한이 침공해서 난동을 부린다는 점'입니다.

예전에 몇몇 게임들이 북조선 인민들을 각 뜨기 바빠서 국내에 정발도 못되고 그랬는데, 또 그런 게임 나온 거죠. 사실 내용 전개나 컨셉은 재미있어 보이기는 합니다. 북한군 전력이 미군을 바르는 상황이니까요. 오죽하면 민병대 사람들이 각개격파를 하고 앉아있을까요. 아무튼, '미국게임에서 적으로 삼은 나라와는 기필코 전쟁한다'는 그런 속설이 있는지라 '재미'만으로는 좀 보기 어려운 게임입니다.

딱히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게임은 아닙니다만, 마블에서 밀어주는 '영화'가 워낙 끝내주니 눈이 가더군요. 블루레이 긁어 모으는 게 몇 안되는 취미 중 하나라서 그런지, 거기서 보던 캐릭터들이 나온다고 하니 일단 눈은 가더군요. 그런데... 비주얼 보시면 아시겠지만, 리얼계 게임은 아닙니다. 뭐랄까, 아동 취향 같더군요.

파티게임으로 쓰기에도 좋을 것 같긴 합니다만, 집에서 홀로 롤플레잉 장르를 주로 하는 편이라 난이도가 그리 높지 않다면 킬링타임용 정도로 쓸 것 같긴 합니다. 개인적으로 만화책 보다는 영화에서의 인상이 워낙 강하게 박힌 편이라, 스크린에서 묵직하기 짝이 없던 캐릭터들이 발랄하게 노니는 거 보면 좀 적응이 안되기도 합니다.

개인적으로 하라고 판 깔아주면 못 하는 게임으로 스포츠 게임이 있습니다. 요즘들어 한층 더 진득하게 하는 게임(슈로대 등...)에 맛 붙인 상황이라 이제는 손가락이 못 따라가는 그런 류죠. 그래도 전시장에서 스크린 보는 맛은 시원하게 나더군요. 예전에 Xbox용으로 수상보드 타는 게임 리뷰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도 그런 시원한 느낌 때문에 각 잡고 깼던 기억이 납니다.

MX든 ATV든 현실세계에서 텔레비전에서 보기만 했던 물건은 역시 텔레비전 속에서 보는 셈이긴 한데, 그래도 움직여 볼 수 있다는 것은 게임이 주는 고유한 재미가 아닐까 합니다. 물론, 제 취향은 항상 진득하게 레벨 노가다를 하는 것인지라 누군가 하는 것을 더 즐겨 볼 것 같긴 합니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이제는 액션게임 잘못 잡으면 산업재해(...)가 우려됩니다.

E3 2009에서 발매가 임박했던 게임이 몇 있었습니다. '레드팩션 : 게릴라'가 그 경우죠. 한국 돌아와서 리뷰할 때 매우 흥겹게 즐겼습니다. 게임 분위기 자체가 진중한 것이 제 스타일이었던데다, 컨트롤이 슈팅게임답지 않게 경쾌했지요. 진짜 한글자막만 풀로 나왔으면 스토리도 즐기고 서브 미션도 즐기면서 오래오래 했을 것 같긴 합니다.

이 게임은 직접 플레이해 본 터고, 높게 평가하는 편이라 추천할 수 있다고 자신합니다. '언어의 장벽'이라는 점 외에는 추천해주고 욕 먹을 여지가 별로 없습니다. 다소 말이 안되는 상황극(무너지는 건물 속에서 멀쩡히 서 있다던가. 노 데미지로)이 벌어지는 경우가 좀 있기는 한데 그런 버그는 환영이라 할 수 있지요.

'워해머 40000' 시리즈에 대한 불만이라면, 이 게임의 장르가 '시뮬레이션'이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 부분에 대한 불만을 해소시켜주는 게임이 하나 '워해머 40000' 브랜드로 나온다고 하더군요. '워해머 40000 : 스페이스 마린'의 경우, 장르가 '액션 롤플레잉'인데, 장르가 바뀜에 따라 마치 영화와 같았던 명장면을 예전 작품들보다 더 가깝게 지켜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영상을 보면 느낌이 오는 부분이겠지만. 이 게임, '액션 롤플레잉' 보다 '액션'인게 더 좋지 않을까요? 핵폭발 후폭풍을 뒤로 받으면서 특공하는 오크 히어로의 모습이나 천공에서 공구리 들고 내리찍는 포스하며, 그 말많은 '삼국'은 물론 '건담무쌍'도 저리가라 할 자코들의 떼물결까지. 부디 진짜 게임에서는 '롤플레잉'의 요소가 흔적 정도로만 남아 있어줬으면 좋겠습니다. 다른 작품들처럼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