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인을 찾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매일 쓰는 면도기의 날 부분에 녹이 슬어 있었습니다.
제가 쓰는 제품은 BIC 브랜드. 면도날을 구매하려면 인터넷을 뒤져야 합니다.
군대에서 보급됐던 '군대면도기' 쉬크나 인지도로는 1등인 질레트 제품을 사려고 '다나와'를 찾아보니 가격대에 눈알이 튀어나올 뻔했습니다. 면도대는 2500원에 행사하는 제품이 많은데(특히 뽐게에서 많이 찾을 수 있죠) 면도날이 무지막지하게 비쌉니다.
만원대가 훌쩍 넘어가는 면도날 가격.
그것도 4개들이, 8개들이 제품이 대다수. 만원 중반대에서 2만원대까지 가격이 올라갑니다.
그러다 뽐뿌에 '안전 면도기'에 대한 내용이 올라온 것을 떠올렸습니다.
많은 추천수와 생생한 사용기가 댓글로 많이 달려 있었습니다.
가성비 위주로 면도 제품들을 구매했다.
'이참에 나도 한번 써볼까?' 타고난 가성비족인 제게 스텐 면도대+50개들이 면도날 총 13000원의 가격은 혜자스러움을 뛰어넘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제품은 도루코에서 나온 SG-A2000 이라는 모델이었습니다.
이왕 사는 김에 난생 써보지 않았던 쉐이빙폼과 애프터쉐이브도 구매했습니다.
각기 다른 브랜드를 구매했는데, 가장 싼 제품을 구매했기 때문입니다.
(저는 너무 얼토당토 않는 브랜드가 아니라면 ml당 가격을 따져 삽니다.)
클래식합니다. 옛날 드라마에서 본 것도 같은데. 도루코 SG A2000
도루코 안전면도기를 처음 쥐었을때의 첫인상 '묵직하다.'
기존 프라스틱 면도대와는 질감, 무게가 달랐습니다. 그것이 참 마음에 들었습니다. 아날로그적인 느낌도 들고 뭔가 클래식한 느낌적인 느낌이 묵직하게 손에 느껴집니다. 생김새나 느낌은 옛 이발소면도기를 떠올리면 좋을 것 같습니다. 어서 써보고 싶은 마음에 서둘러 화장실에 들어가 폼을 턱수염에 덕지덕지 발랐습니다.
버터플라이 방식으로 아래 손잡이를 돌리면 면도날을 장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손잡이를 돌리면 잠깁니다.
면도날은 종이에 곱게 쌓여 있습니다. 테스트를 할겸 종이를 베어봤습니다. 무지막지하게 날카롭습니다. 스쳐지나가는 느낌인데도 서걱거리며 잘립니다. 괜히 겁이 났습니다. 내 턱수염은 그렇다치고 내 턱살이 남아날까?
안전면도기를 다루는 '스킬'이 없다면 특히 조심해야 합니다. 피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물론 사용후기라던가 사용시 주의점이라던가 실제 사용하는 방법은 영상으로 터득했습니다. 저는 털많은 남자는 아닙니다. 그래서 다른 털많은 남자들에 비해 덜 위험할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서서히 면도대를 살과 수직방향으로 기울이면서 살짝 긁히는 느낌이 날랑 말랑할때쯤 바로 그 지점이 사용하는 각도입니다.
후.. 많은 시행착오가 필요한 스킬입니다. 결국 피를 봤습니다. 날에 살이 베인것은 아니지만 면도날은 피부의 트러블을 날카롭게 지나쳤고 자그만 뾰루지에서는 피가 났습니다.
섬뜻했습니다.
사실 면도는 카트리지 면도기가 훨씬 잘됩니다. 시간이 필요합니다.
기존에 썼던 3중날, 4중날을 사용하는 카트리지 면도기가 면도는 훨씬 잘됩니다. 카트리지 면도기는 슥슥 힘을 줘도 피부에 상처를 내지 않았고 여러 날이 털을 깎기에 깔끔하게 면도가 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안전면도기의 가성비를 생각하면 쉽게 수긍이 됩니다. '이정도면 안전면도기를 사용할만 한데?'
며칠동안 안전면도기를 사용하면서 스킬이 늘었습니다.
피를 보는 일은 더이상 없습니다. 농구를 할때 왼손은 거들뿐!이라는 말이 있듯이, 마치 그 왼손을 쓰듯 면도대를 잡고 그저 피부를 타고 움직입니다. 힘을 전혀 주지 않습니다. 힘은 면도대를 잡은 손에 줍니다. 수염이 깔끔하게 밀립니다. 카트리지 면도기처럼 엄~청 말끔하진 않더라도 수염을 깎은 티는 확 나는 그런 수준입니다. 역시 잘한 선택이라며 속으로 뿌듯해 합니다.
면도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면도하는 시간이 기다려집니다. 상당히 귀찮은 과정을 거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나를 가꾼다는 느낌이 들어 좋습니다. 함께 산 폼을 탁구공만큼 손에 올려 입가에 얹고, 아기 피부를 다루듯 천천히 조심스럽게 면도를 합니다. 그리고 색소침착을 막아준다는 멘톨향의 애프터쉐이브(스킨도 좋겠지만.)를 입가 주변에 턱턱 바릅니다. 새로운 루틴이 마음에 듭니다.
내가 돈이 여유가 있다! 그러면 카트리지 면도기를 사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쉬크나 질레트의 최신 모델을 추천합니다. 도루코페이스6중날, 질레트 프로 가 붙은 제품 등. 카트리지 면도기는 비쌀수록 그 값을 합니다.) 때로는 1년 사용할 분량이 '대란'급으로 인터넷에 풀리기도 합니다. 그 기회를 잡는다면 오히려 안전면도기를 사용하는 값보다 절약할 수 있을것 같습니다.
나는 가성비파다! 그러면 안전면도기를 조심스럽게 추천해봅니다. 다만, 숙련이 필요합니다. 나름의 스킬이 생긴다면 면도라는 새로운 취미가 생길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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