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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퀄컴 업링크 2014에서 퀄컴이 제시한 것은 제품이나 기술이 아닌 ‘방향’ 이었고, 지금까지 잘 해 온 모바일 기술 기반으로 타 분야까지 영향력을 확대하겠다는 ‘전략’ 이었다. 그리고 이는 단순히 기업의 전략만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진행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며, 이미 비슷한 ARM 기반의 SoC나 마이크로컨트롤러들은 IoE나 자동차 등에서 활발히 이용되고 있고 그 적용 범위도 점점 넓어지고 있다.
그리고, 이 중 관심을 끌 만한 것이 모바일 플랫폼과 가장 유사하며,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최근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분이다. 이미 모바일 플랫폼의 컴퓨팅 영역, 홈 엔터테인먼트 영역에서의 가능성은 콘텐츠 전달을 위한 셋톱박스, 그리고 모바일 플랫폼에서 게이밍 등으로 검증이 되고 있으며, 독자적인 플랫폼 형태로 확실히 자리잡고 있어 의심할 여지도 없다.
하지만 최근 가장 큰 관심을 받는 웨어러블 디바이스 부분에서의 고민은 다른 부분과는 그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 당장 최근에 스마트워치나 밴드, 헤드마운트 디스플레이나 안경 형태의 아이웨어 디스플레이 등이 유행처럼 쏟아지고 있지만, 고민은 이런 제품과는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출발한다. 즉, 아직도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무엇을 위한’ 기기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으로 꼽혔다.
▲ 웨어러블에 스마트폰과 같은 프로세서가 들어가는 건 양날의 검 같은 선택.
언제나 그렇지만, 물리적인 한계는 선택과 집중을 강요한다. 당장 스마트폰만 해도 예전과 비교해 성능도 높아지고 반도체 미세공정도 몇 세대나 미세화되었지만 더욱 두드러지는 변화는 ‘커졌다’는 것이다. 이는 사용자들이 스마트폰에 요구하는 것들이 리치 콘텐츠의 만족스러운 사용이었고, 이에 맞춰 물리적인 부분이 사용자들의 요구에 맞추어지면서 점점 커졌으며, 이제는 어느 정도 절충점을 찾아 온 느낌이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커졌다’는 것은 의외로 기능과 성능에서의 ‘여유’를 가져왔다. 더 큰 배터리가 탑재되고, 면적이 여유로워지면서 더 다양한 시도를 해 볼 수 있게 되는 등이 이런 여유를 뒷받침했다. 그리고 시장의 주류가 이런 특정한 ‘큰’ 사이즈로 흘러온 것은 분명 소비자들의 성향이 시장의 움직임에서 읽혔다는 것이고, 이에 맞추어 하드웨어는 물리적인 크기의 여유 속에서 소비자들의 성향에 맞춘 ‘최적화’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이 선택과 집중을 통한 ‘최적화’도 할 수 없는 단계로 지적된다. 이유는 단순한데, 이 웨어러블로 뭘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제시하는 쪽도 없고, 받아들이는 쪽도 왜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로 이걸 해야 하는지 납득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최근 웨어러블하면 떠오르는 ‘스마트워캄들의 접근은 스마트폰의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스마트폰의 분신으로 접근하고 있고, 최적화를 위한 선택과 집중을 할 여유가 없다.
▲ 단순한 ‘장난감’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하다.
덕분에 어떤 식으로든 웨어러블 디바이스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점진적이든 급진적이든 어떤 ‘사용법’을 제시해 사용자들을 끌어들이고 설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지금은 시계와 안경 형태의 디바이스가 주로 주목받고 있지만, 목적이 분명하다면 다양한 형태의 디바이스가 존재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단순히 일상의 기록이라면 디스플레이도 필요 없을 테고, 스마트폰의 리모컨이라면 브로드밴드 접속도 필요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웨어러블의 사용법 제시는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독립성과 연결된다.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어느 수준까지 독립적인 기능을 수행할 지, 혹은 완전히 기존 스마트 기기와의 연결에 의존할 지에 따라 웨어러블 디바이스의 존재 의의는 달라진다. 또한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어떤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모바일 플랫폼에 묶이는 센서 입력과 메시지 출력을 위한 액세서리가 될 지, 혹은 새로운 생태계를 창출할 지도 달라질 것이다.
하지만 현재 시장 상황은 여러 가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을 뿐인 단계다. 최신 스마트워치의 트렌드는 둥근 아날로그 시계 컨셉이지만 네모난 디지털 시계도 시계에서는 익숙한 컨셉이고, 사실 지금 디자인이 중요한 게 아닐 수도 있다. 디자인 이전에 이 스마트워치로 무엇을 보여줄 지에 대한 확신이 적다면, ‘일단 무엇을 원하시는지 모르니 우리가 상상한 것을 모두 준비했습니다’ 라는 식이 되어 버린 것이 지금의 상황이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 액세서리가 될 지, 독립성을 가질 지의 방향성이 아직은 애매하다.
개인적으로 보고 있는 웨어러블의 미래는 더 복잡해지거나 더 간단해지거나의 두 방향밖에 없다고 본다. 그리고 더 간단해지는 경우,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여타 스마트 디바이스 등 컴퓨팅과 연결성을 갖춘 장비와 연결되어 입출력 인터페이스의 확장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경우 스마트워치나 스마트글래스 등에는 굳이 고성능 하드웨어를 쓸 필요가 없을 것이다.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모든 정보를 무선 네트워크나 인터페이스로 전송할 수 있는 기술 여력은 지금도 충분하다.
혹은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액세서리가 아닌 독립적인 IoE 장비가 되는 시나리오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동 보호를 위한 GPS 추적과 간단한 알림, 통신 기능을 넣는다면 디스플레이도 없이 목걸이나 팔찌 등의 위화감 없는 디자인 구현은 지금도 어렵지 않다. 사실 이는 국내에서도 훌륭한 사례가 있는데, 범죄자를 대상으로 하는 위치추적 장치인 ‘전자발찌’가 이런 독립적 IoE 장비로서의 웨어러블 디바이스에서 세계적인 구현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하지만 독립적인 기능을 하는 디바이스가 된다면 이 또한 흥미로운 모습이 될 것이다. 사실 스마트워치는 커지는 것에 한계가 있고, 디스플레이에서 제공할 수 있는 정보 또한 제약받게 된다. 하지만 이게 또 다른 디스플레이 수단인 스마트글래스와 연결된다면, 현재의 스마트폰을 대체하는 차세대 단말로의 구성도 상상해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이는 아직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할 기술적, 사회적 문제가 산재해 있지만, 의외로 빨리 다가올 모습이 될 수도 있지 않겠나 싶다.
▲ 그래도 웨어러블은 현실과 가상 사이를 잇는 가장 가까운 기기다.
하지만 어쩌면 다행이라고 생각될 수 있는 점은, 순서가 바뀌긴 했지만 일단 이런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라는 고민이 웨어러블 디바이스에 대한 첫 고민이자, 이제 남은 마지막 고민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다양한 시도와 실패 속에서 마음을 움직일 어떤 시도가 길을 이끌 것이며, 일단 방향이 잡히면 모두 빠르게 그 방향을 더 고도화된 현실로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웨어러블을 보고 있는 업계 모두, 이미 이 부분에 대해 다양한 돌파구를 찾아 내려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고민의 결과를 보는 데는 사실 얼마 걸리지도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든다. 이미 상상을 현실로 구현하기 위한 모든 기술적 기반은 갖추어져 있고, 어둠 속에서 빛을 찾는다면 모두가 그를 향해 전력질주할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더라도 그 과정에서는 분명 퀄컴이 제시하는, 모바일 부분에서의 경험과 기술 측면이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 분명하다.
또한 생각할 점은, 이 웨어러블 디바이스는 스마트폰 이상으로 기술적이지만, 지금까지의 어떤 전자제품보다 삶에 밀접한 아날로그적인 특징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런 아날로그의 인간 세상과 디지털 세상의 가교를 잇는 데 있어 웨어러블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할 지에 대한 고민이 기능과 사용성을 근본부터 뒤흔들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고민들은 결국 돌고 돌아, 디지털 웨어러블 디바이스가 대체 왜 내 몸에 있어야 되는지에 대한 물음을 또 던지니, 이 루프를 끊을 계기가 분명 필요하다.
이런 의미로, 최근 다양한 웨어러블 업체들이 패션, 스포츠 등의 ‘몸에 걸치는’ 관련 업계들과 다양한 시도를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기회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패션 등의 업계는 이미 오랜 기간 동안 무엇인가를 사람들이 계속 지니고 다니게 만드는 방법을 연구해 왔고, 가장 현실에 밀접하게 붙어 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웨어러블 관련으로 가장 강력한 경쟁력은 이들에게 있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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